안녕하세요.
문관우 작가의 '하루살이 예술'이라는 개념에 대해 흥미를 느끼셨군요.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현대 미술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개념이라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문관우 작가의 '하루살이 예술(Mayfly Art)' 개념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대구아트웨이 전시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문관우 작가의 '하루살이 예술' 개념이란?
'하루살이 예술'은 이름 그대로 하루살이의 짧고 강렬한 삶에 빗대어 예술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 과정의 의미를 탐구하는 예술 개념입니다.
전통적으로 예술 작품은 영속성, 불변성을 지향하며 완성된 '결과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문관우 작가는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루살이 예술'의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정 중심의 예술: 완성된 결과물(오브제)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작품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 전체가 바로 예술이라고 봅니다. 작가의 노동, 시간, 행위, 그리고 그 흔적이 작품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소멸의 미학: 작품이 완성된 후 의도적으로 지워지거나 해체되는 '소멸'의 과정을 통해 오히려 예술의 존재 의미를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사라짐으로써 그 존재가 더욱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이죠.
예술의 지속성에 대한 도전: "예술은 영원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박제된 결과물이 아닌, 작가의 행위와 관객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예술의 형태를 제안합니다.
기억과 기록의 중요성: 물리적인 작품은 사라지더라도, 그 과정에 대한 영상 기록이나 희미하게 남은 흔적, 그리고 관객의 기억이 곧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됩니다.
결국 '하루살이 예술'은 물질로서의 예술이 아닌, 시간과 행위, 기억으로서의 예술을 탐구하는 철학적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대구아트웨이 전시에서의 구체적인 구현
문관우 작가는 대구아트웨이에서의 개인전 <하루살이 예술-시간의 물리성>을 통해 이러한 개념을 매우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방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 시간의 물리성: '프로타주(Frottage)' 작업
'프로타주'는 종이를 특정 표면 위에 대고 연필이나 목탄 등으로 문질러 그 질감을 그대로 떠내는 기법입니다.
작가는 이 기법을 '시간'을 포착하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작품 특징: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 바닥이나 전시장 바닥 위에 거대한 종이를 깔고 오랜 시간 동안 표면을 문질렀습니다. 이 행위를 통해 바닥의 긁힌 자국, 먼지, 균열 등 그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들이 종이 위에 고스란히 기록됩니다.
의미: 이는 단순한 질감 복사가 아닙니다. 작가가 그 공간에서 보낸 시간과 노동(육체적 행위)이 물리적인 '흔적'으로 전환되는 과정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거친 목탄의 입자와 종이의 질감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공간과 작가가 축적한 시간을 시각적, 촉각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2) 예술의 지속성 질문: '지워진 드로잉'과 '과정의 기록'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하루살이 예술'의 개념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워진 드로잉' 연작입니다.
작품 특징: 작가는 수개월에 걸쳐 극사실적인 인물 드로잉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지우개로 다시 지워나갑니다. 완전히 지우는 것이 아니라, 형체가 희미하게 남을 정도까지만 지웁니다. 전시장에는 이렇게 '지워진' 드로잉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전 과정을 기록한 영상(비디오) 작업이 함께 전시됩니다.
전시 구성과 의미:
관객은 먼저 희미한 흔적만 남은 드로잉을 보며 "이게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그 후, 옆에 상영되는 영상을 통해 이 흔적이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한 노동의 결과물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소멸'되었는지를 목격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관객에게 충격과 함께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작품은 지워지기 전의 완벽한 드로잉인가, 아니면 희미하게 남은 흔적인가, 혹은 그 모든 과정을 담은 영상인가?"
이를 통해 작가는 '지속 가능한' 물리적 작품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생성과 소멸의 전 과정, 그리고 그것을 목격한 관객의 기억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관우 작가의 '하루살이 예술'은 "무엇이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영원히 남는 물질이 아니라, 치열하게 존재하고 사라지는 과정과 그 기억"이라고 답하는 것입니다.
대구아트웨이 전시는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프로타주'를 통한 시간의 시각화, 그리고 '지워진 드로잉'을 통한 소멸의 미학으로 명확하게 구현하여 관객들에게 예술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강렬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